한국학의 개념과 특성화의 방향
한국학의 개념과 범위
삶의 현장은 자연적 요인, 사회적 요인, 사상 문화적 요인에 의해 부단히 변화하며, 따라서 그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삶의 방식 또한 사회적·생태적 생존에 적합하게 변화해 가야한다. 그러나 생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삶의 방식은 자동적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간의 분열과 부정합을 해결하려는 치열한 고뇌와 실천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확보된다.
한국학은 한국인이 한국이라는 자연지리적 생활공간에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오는 과정에서 마주쳤던 생태적·사회적 모순을 순리적으로 인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뇌하는 과정에서 성립되고 전승, 발전해 왔던 학문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따라서 한국학은 철학과 종교, 문학·음악·미술 등의 예술, 심성학(心性學)과 언어학, 역사학, 경세학(經世學)으로 통칭되는 정치학·경제학·경영학·사회학·언론학·천문학·농학·본초학·의학·건축학·기술학 등등의 자연과학과 기술공학 등 인간의 삶과 관련되는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또한 한국학은 시간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그 삶의 진보를 위해 고민하였던 원시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는 전 시기에 걸쳐 존재하였고, 누적적으로 전승되면서 발달해 왔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학문적 탐구활동을 전개하였고, 중국, 인도 및 근대 유럽 등등 나라 밖에서 성취된 높은 수준의 학문을 수용하는 데에서도 매우 능동적이고 개방적이었다.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삶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치열한 문제의식과 사유 활동에 입각해 인류가 성취한 높은 수준의 학문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사유 활동과 결합시켜 삶의 진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한국학을 발달시켰다. 그리하여 한국학에는 한국인 고유의 학문과 세계의 학문이 융합되어 있다.
한국학 연구의 특성화 방향
첫째, 한국학은 근대성의 한계를 성찰하고 「탈근대」적인 삶의 방식과 사회구성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 산더미 같은 파도를 동반한 광풍으로 밀어 닥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세계화’이다. 초국적자본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는 자본, 노동, 상품, 서비스 시장의 전지구적 개방을 통해 우리들의 삶의 현장을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장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최강자가 자의적으로 모든 질서와 가치를 결정짓는 야만적 패권주의질서를 세계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덕성의 붕괴와 윤리적 타락,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와 분열, 대립의 심화, 농업 해체를 위시해 청년 실업자 및 조기 퇴직자 증가로 현상하는 생존 위기 등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는 궁극적으로 근대화에, 그 극한적 전개라 할 ‘세계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학은 ‘세계화’에 의해 전면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인간과 사회구조의 문제를 그 근원인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고민하고, 인간적인 생존을 가능케 할 실현가능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사회구성을 탈근대적 사유의 지평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학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적 위기의 근원을 해명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산업화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전지구적 현상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생태적 위기는, 세계를 놀라게 한 그 산업화의 속도만큼이나,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최근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산업화와 그로 인한 엄청난 환경파괴 또한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한국의 생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생태적 위기는 사회적 위기와는 달리 쉽사리 감지되지 않으면서도 근원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생명과 생존기반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실로 매우 크다. 생태적 위기는 한국인 모두의 생활로부터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공학적 접근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한국학은 통합적인 삶의 학문으로서 생태적 위기를 해결할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한국학은 한민족이 직면하고 있는 민족분단문제를 극복하고, 「통일」의 실현방안을 학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민족의 분단은 사회내적으로는 한민족 모두에게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삶의 살지 못하게 제약하는 족쇄가 되었으며, 국제적으로는 외세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간섭하는 계기로 작용하여 국민국가의 자주성이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그 발전을 저해당하는 사태를 빚어 왔다. 분단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합리적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국가의 자주성을 훼손시키는 계기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의 분단은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으로 동서대결체제가 해체되고, 한반도 내에서도 남북간의 화해협력이 확대되고 있고, 북한체제가 장기간 심각한 경제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약화되고 있고, 6자회담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공존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을 높이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와 한반도 내부의 변화로 인해 향후 남북간의 관계는 군사적 긴장관계의 해소, 평화공존을 거쳐 평화통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반세기 이상 정치, 군사, 경제, 사상, 문화, 예술 등 모든 방면에서 대립해 왔던 남, 북한의 관계를 상대를 인정하고 화해하는 관계로, 나아가 서로에게서 학습하고 협력하며 통일로 나아가는 관계로 변화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의식의 근본적인 전환과 성숙을 통해 평화통일을 향한 민족의지의 통일과 결집이 시급히 요구된다. 한국인의 삶의 학문으로서의 한국학은 이러한 시대변화에 부응해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한 문제 재인식과 민족 정체성의 확립, 남북한 문화의 이질성, 동질성, 통일성을 연구해야 한다.
넷째, 한국학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그 활용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자율적인 삶의 단위이자 현장인 「지역」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은 일정하게 자립성을 갖춘 자율적인 생활단위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되어 하나의 문화적, 사회구조적 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다. 근년에 들어 지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혁신 클러스트의 창출 단위로서, 생태문제를 해결할 자율적인 기획, 실천공간으로서, 동시에 삶의 자율성과 평등성을 실현할 정치사회적 공간이자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상, 문화적 소통공간으로서 그 가치가 재인식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해 진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구호가 날로 높아지는 생활 단위현장으로서의 지역의 가치를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지역개념은 아직 생소하고, 지역의식 또한 자폐적인 섹타주의나 퇴행적인 정치적 당파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적인 삶의 공간을 창출한다는 개방적이고 보편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관점의 지역개념이나 지역의식은 이제 겨우 대학을 통해 지역사회에 소개되는 정도의 초입 단계에 있다. 삶의 학문은 실천성과 실현가능성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한다. 따라서 삶의 학문으로서의 한국학은 전지구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하는 삶의 문제를 그 생활현장인 지역에서, 지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그 해결책을 찾는 「지역학」을 정립해야 한다.
통합과학으로서의 한국학 연구와 국제화 문제
또한 한국학이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이 네 가지 영역에서의 고민을 얼마만큼 전지구적 지평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실천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고민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한국인의 삶의 문제로서의 특수성과, 동시에 전지구인이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는 삶의 문제로서의 보편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국학이 이러한 시대적 고민에 충실하여 진정한 지역적 구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계인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한국학 국제화의 학문적 가능성과 지평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학 연구의 분과 구성과 운영 방안
분과구성
연구 분과는 한국학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관장하고, 각종 학술회의 및 행사의 기획 및 준비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핵심적인 부서이다. 따라서 연구분과는 대학 내의 연구자 및 연구역량의 분포를 감안하여 실질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한국학연구원>에서 활동이 가능한 교내의 연구자 분포를 보면 그 상당수가 철학, 문학, 어학, 역사학, 예술 등 인문학 방면에 모여 있다. 그리고 사회과학 분야와 건축공학, 식품가공학, 환경학 분야 등에도 일부 참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있다.
이러한 분포를 고려하면 분과의 구성은 분과별로 인문학 연구자를 중심에 두고, 그와 결합해 현실적인 대안을 연구할 수 있는 사회과학이나 공학 전공자를 배치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연구 분과는 다음과 같이 나눈다.
① 전통한국학 분과 - 한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되고 전승, 발전해 온 한국학을 연구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그 자료를 정리, 발간하는 분과.
② 사회·철학 분과 - 현대 한국인의 사유와 생활방식, 사회구조와 체제, 이데올로기 등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인간성과 합리성을 회복하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과 사회구성을 연구하는 분과.
(관련 전공 : 철학, 문학, 역사학, 신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예술학) ③ 민족·통일학 분과 - 각 영역에서 남북간의 이질성, 동질성, 통일성을 연구하여 민족분단을 극복할 실천적 방법을 강구하는 분과.
④ 생명·환경학 분과 - 한국사회의 극심한 환경파괴를 초래한 생명관, 환경관, 문명관, 기술관을 비판하고, 이를 해결할 새로운 생명, 환경 철학과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분과.
(관련 전공 : 철학, 문학, 신학, 경제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공중보건학, 의학, 식품가공학, 생물학, 환경과학, 건축학, 도시계획학)
⑤ 대구지역학 분과 - 지역을 삶의 질이 실현되는 활기찬 삶의 공간으로 혁신하기 위한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산업기술적 연구를 수행하는 분과.
분과운영방안
① 분과 책임연구원(분과장)
연구 분과에는 분과를 총괄하는 책임연구원(분과장)을 둔다. 책임연구원은 한국학연구원장이 임명한다. 책임연구원은 분과의 구성과 운영을 주관하며, 한국학연구원의 운영위원이 된다.
② 분과 구성 방법
책임연구원은 한국학연구원 운영위원회에서 채택한 당해 년도 연구주제 또는 연구프로젝트에 의거해 그 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정하여 분과를 구성한다. (분과는 상설이나, 그 구성은 연구 주제 혹은 프로젝트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분과의 운영은 분과별로 작성한 연구 및 활동계획안에 의거하고, 연구주제에 따라 필요할 경우 책임연구원이 별도의 연구팀장을 둘 수도 있다. 분과 내의 연구팀은 활동 및 지원 여건을 감안해 최대로 2개까지 둘 수 있다.
③ 분과 활동에 대한 지원
한국학연구원은 분과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예산과 사무를 지원한다. 연구와 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외부 프로젝트경비와 자체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한국학의 ‘국제화’를 위한 <한국학연구원>의 활동방안
한국학 국제화의 의미와 방향
한국학의 ‘국제화’를 위한 활동방안
둘째, 모든 해외의 한국학연구자들을 위하여 국내의 학술자료를 전면 개방하고 누구나 쉽게 자료에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발간된 한국학 연구총서나 앞으로 발간될 한국학연구총서들의 선별적 번역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 국내학술지와 더불어 국제학술지도 지속적으로 발간하여 학술토론의 열린 마당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의 대학도서관이나 박물관 위주로 학술지나 자료를 배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셋째, 국내외 한국학연구자간에 상호정보 및 자료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긴밀한 네크워크를 한국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축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영문홈페이지를 대폭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를 국제적으로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논점이 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집중화된 국제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도록 한다. 국제학술대회는 반드시 대규모로 할 필요는 없고 주제별로 깊이 있게 수준 높은 학술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전문가를 선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철저하게 현장을 중심으로 해외 한국학연구와 교육에 대한 조사와 인접국가에 대한 지역학연구현황과의 상호비교도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동포연구, 해외 대학에서의 한국학 교육 실태조사, 해외 한국학 관련 논문의 내용과 수준의 연구, 한국학연구와 중국학 또는 일본학 등 기타 지역학연구양상과의 상호비교연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위의 내용은 2005년 1월 중순 총장이 위임한 ‘한국학연구원 발전 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을 정리한 것임. 위원: 민현기, 이윤갑, 안세권, 김권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