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대 의료기술은 죽음을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연장의 끝에 남겨진 공간은 비어 있다. 국내 호스피스 대부분은 대형병원 내 기능적 일부로 존재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은 인공조명과 기계음 속에 묻힌다. 감정은 배제되고, 죽음은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과거에는 죽음이 삶의 일부였고, 공동체의 시간이었으며, 자연과의 연결 안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죽음을 숨기고 두려워하며 밀어내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죽음을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잘 죽는 법을 고민할 것인가. 우리 현대의 건축은 죽음 직전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